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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matters to me is this. Us.
인간은 끝없는 욕망, 결핍, 외로움과 평생 싸워야 하는 존재일까. ‘명랑한 은둔자’로 유명한 작가 캐럴라인 냅은 거식증과 알코올중독에 얽힌 뼈아픈 체험을 고백하는 글쓰기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촉망받는 기자이자 작가였던 그녀는 거의 뼈밖에 보이지 않는 앙상한 몸으로 거식증과 알코올중독을 함께 앓으며 지독한 외로움과 싸웠다. 그녀는 자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나 자신’이 아니라 바로 ‘타인의 시선’이었음을 깨닫는다. 또 끔찍한 거식증의 뿌리에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깨닫는다. 부모님, 연인, 친구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 세상으로부터 받지 못한 인정, 그 모든 사랑받지 못한 고통과 결핍의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술을 갈망하게 했고, 거식증에 빠지게 했다. 끝없는 결핍, 상대적인 박탈..
태권도장에 다니는 일곱 살 아들내미는 품새를 시작하기 전 구호부터 외친다. 관장님이 시켜서 앵무새처럼 외워대는 문장이지만, 듣고 있으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이유.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를 길러 약한 자를 돕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태권도를 배웁니다.” 살짝 비문인 상투어들 사이에서 청신한 폭포수처럼 귀에 꽂인 구절은 바로 ‘약한 자를 돕고.’ 새된 목소리로 목청 높여 외치는 이 세 어절을 듣고 있노라면-엄마가 보기에는 바로 니가 그 약한 자인 것 같다만-, 정신에는 촉촉히 물기가 돈다. 약한 자를 돕는다니. 이 낡고 흔해 빠진 말이 왜 이렇게 낯설고, 아름다운 걸까. 약자들의 따스한 연대를 누구나가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