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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백혈병 극복한 딸에게 “괜히 살렸다” 폭언하는 아버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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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백혈병 극복한 딸에게 “괜히 살렸다” 폭언하는 아버지

도파민중독 2020. 9. 11. 07:10

 

당신의 아버지는 배움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어요. 인간이 꼭 직업을 갖기 위해 배우는 것은 아니에요. 배우는 것의 궁극적 목표는 직장을 갖는 게 아니라 인간답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이 여타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배움을 통해 다듬어지고 인간다워지는 데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아이들에게 시험 볼 때 모르는 문제의 답은 찍지 말라고 해요. 찍어서 운이 좋아 맞으면 아는 문제라고 착각하고 그냥 넘어가면 모르고 맙니다. 시험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 것인가를 확인하고 제대로 배우기 위한 목적이 크지요. 모를 때는 틀려야 해요. 틀리면 다시 배우면 됩니다. 배움의 궁극적 목표는 점수가 아니고 제대로 배우고 깨닫게 돼서 인간다워지는 것이에요. 당신의 아버지는 이 과정의 중요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의 가치를 모릅니다.

인간이 성장할 때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한 게 많아요. 타인에 대한 공감, 이해력,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능력, 불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약자에 대한 배려, 인간은 협조와 협동을 한다는 것, 어떤 모습이든 존재하는 것으로 소중함을 느끼는 것, 이런 게 모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에요. 이 가치를 당신의 아버지는 모르고 있어요. 무형의 가치보다 당장 눈에 보이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반대로 당신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타인에 고마워할 줄 알고, 부모에게도 고마움을 느껴요. 당신은 매우 인간답고, 인간적인 사람이에요. 그런 당신이 아버지를 생활에서 맞닥뜨릴 때 얼마나 괴로울까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69&aid=0000442884

 

[오은영의 화해] 백혈병 극복한 딸에게 “괜히 살렸다” 폭언하는 아버지

※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한국일보>와 함께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저는 7년 전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 취직해 1년도 채 안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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